홍콩과 마카오의 자동차 이야기

홍콩과 마카오의 자동차 이야기

 

 

중국에 속해 있지만 중국과는 전혀 다른 색채를 가진 도시 홍콩.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은 까닭에 교통 문화 역시 영국을 닮았습니다. 또 엄청난 세금으로 인해

홍콩에서 자동차를 소유하는 건 사치에 가깝지만 고급차 수요가 유독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홍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이자 '동양의 모나코'라고 불리는 마카오에서는 아시아 최대의

스피드 축제가 열립니다. 

 

 

 

 

홍콩 사회에 녹아 있는 영국 문화

홍콩은 중국 남동부 난하이 연안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19세기 아편전쟁 이후 156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1984년 실시된 중국과 영국 간의 연합성명에 따라

1997년 중국에 반환됐습니다. 지금은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그 특수성을 인정받아 고유의 자치권을 행사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유지하며 도시 국가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마약 수출로도 모자라 침략까지 자행했다는 이유로 '역사상 가장 추악한 전쟁'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편전쟁.

홍콩의 영국 식민지화는 이 아편전쟁의 뼈아픈 흔적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홍콩은 사회주의를 고집하던 본토(중국)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인 후, 지역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세계적인 금융 허브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무역 도시로 눈부신 경제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오랜 세월 영국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홍콩 사회 전반에는 영국 문화가 짙게 배어 있습니다.

교통문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통행 방향이 영국처럼 좌측통행입니다.

당연히 자동차의 운전대 역시 오른쪽에 달려 있습니다.

참고로 좌측통행은 칼을 왼쪽 허리춤에 차고 말을 타는 중세 기사들이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오른쪽에 두며 시작됐다는 설과 마차의 마부가 오른손으로 채찍을 휘두르면 보행자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시작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지금은 영국과 영연방 국가 등 전 세계 약 51개국이 좌측통행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홍콩에는 런던처럼 일방통행 길도 많습니다. 때문에 가까운 거리도 차로는 한참을 우회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홍콩에선 영국 런던의 상징인 2층 버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택시는 런던의 명물 '블랙캡'이 아닌 토요타 크라운 컴포트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블랙캡 회사를 인수한 중국 자동차 회사 지리와 홍콩 지자체가 오래전부터 블랙캡 도입을

논의해왔으니 조만간 택시마저 영국과 같아질지도 모릅니다.

홍콩이 영국에 영향을 미친 점도 있습니다.

가령 런던의 교통카드 오이스터(굴)는 홍콩의 옥토퍼스(문어) 카드를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이름마저 의도적으로 수산 자원으로 맞췄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옥토퍼스는 팔달통(팔방으로 통함)의

영어 이름으로 문어발처럼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의미이며, 오이스터는 이 카드만 있으면 굴(진주)과도

같은 런던의 각종 명소를 찾아다닐 수 있다는 뜻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홍콩에서 자동차는 부의 상징

홍콩의 인구는 약 720만 명이지만 자동차 등록 대수는 60만 대가량에 불과합니다.

약 8.3명 중 1명이 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영업용과 법인용을 제외한 자가용 보유율은

5%대입니다. 연간 자동차 판매량도 5만 대 남짓입니다. 1인당 국민 총소득이 6만 달러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낮은 편입니다. 참고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가용 보유율 평균은 약 17%입니다.

홍콩에 자가용 보유율이 낮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차를 사고 이를 유지하는 데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차 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난관은 등록세와 세금입니다.

홍콩에선 차 가격에 따라 등록세가 달라지는데 15만 HKD(홍콩달러, 약 2,200만 원) 이하의 차일 경우

차 값의 40%를, 15만~20만 HKD의 차는 75%를, 20만~50만 HKD의 차는 100%를, 50만 HKD 이상의 차는

115%를 등록세로 내야 합니다. 또한 매년 막대한 자동차 소유세(등록세의 최대 130%)를 지불해야 합니다.

즉, 3,000만 원짜리 차를 사면 2,250만 원가량의 등록세를 내야 하고 매년 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소유세를 내야 합니다.

전기차에 적용되던 등록세 면제 등의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이 작년 4월 1일부터 중지되면서 테슬라 모델 S

 홍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던 프리미엄 전기차의 판매가 바닥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홍콩 시민들이 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에 얼마나 부담을 느끼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금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홍콩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받으려면 주차장도 함께

등록해야 합니다. 그런데 주룽반도, 홍콩섬 등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주차 칸 하나를 빌리는 비용이

굉장히 비쌉니다. 환경에 따른 편차가 있겠지만 도심 평균이 월 60만~100만 원 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홍콩 도심은 교통체증이 심각합니다. 이래저래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자동차는 꿈꾸기 힘든 환경인

셈입니다. 이처럼 차량 증가를 막기 위한 홍콩 정부의 자동차 세금 정책 때문에 홍콩에서는 자동차가 부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자연스레 부자들도 자동차를 재산을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따라서 홍콩에서는 고급차가 유독 잘 팔립니다. '고급차=부의 상징'이라는 등식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홍콩의 고급 호텔이자 세계 10대 호텔로 꼽히는 페닌슐라가 대표적입니다.

페닌슐라 호텔은 VIP 고객을 의전하기 위해 지금껏 수많은 롤스로이스를 사들였습니다.

1970년 실버 섀도우를 7대 주문한 것을 시작으로 약 6년마다 9~10대씩 구입하며 롤스로이스의 최대 고객이

되었습니다. 지난 2006년에는 팬텀 14대를 구입해 롤스로이스 1회 최다 주문 기록을 갱신하며 자동차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페닌슐라 호텔에는 롤스로이스만 관리하는 전문가가 따로 있고 페닌슐라의 롤스로이스(팬텀)는

녹색 차체와 베이지색 실내 그리고 일부 부품의 디테일을 다듬은 특별 주문 사양입니다. 

 

이국적 향취가 물씬한 마카오

마카오는 홍콩에서 서쪽으로 약 64km 떨어져 있는 도시입니다.

홍콩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속해 있지만 마카오 특별행정구 기본법에 따라 입법, 사법, 행정 등은

마카오 정부가 다스립니다. 외교와 국방에 대한 권리는 중국이 쥐고 있는 일국양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명성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입니다.

총면적 약 27.3㎢로 서울 종로구보다는 크고 강남구보다는 조금 작습니다. 때문에 간척사업으로 몸집을

끊임없이 부풀리고 있습니다. 반면 인구 밀도는 1㎢당 약 1만 8,000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인구는

약 55만 명입니다.

마카오는 여러 가지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이국적인 이미지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가장 유명한 건 '동양의 작은 유럽'입니다. 16세기부터 약 450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아온 까닭에

마카오에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성 바울 성당, 성 도미니크 성당, 세나도 광장 등 아름다운 유럽식 건축물 사이에 새빨간 간판과 불빛으로

단장한 중국식 상점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400년 역사의 장중한 성당 앞에서 말린 고기를

늘어놓고 파는 상인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마카오의 매력입니다.

음식에도 동양과 서양의 특성이 뒤엉켜 있습니다. 중국인이 즐겨 찾는 재료에 포르투갈의 향신료와

조리법을 더해 완성한 매캐니즈(Macanese) 스타일이 대표적입니다.

마카오는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도박 도시 라스베이거스 못지않게 카지노가 많기 때문입니다.

카지노 수익만 따지면 마카오가 라스베이거스보다 여섯 배나 많습니다. 중국 본토와 홍콩 부자들 덕분에

마카오는 동양 최대의 도박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마카오 GDP의 94%와 정부 세수입의 80%가

관광객의 도박에서 비롯됩니다.

도시 풍경 역시 점점 더 화려해지고 있습니다.

베네치안, MGM, 윈 등의 라스베이거스 특급 호텔들이 마카오에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도심 곳곳에서 눈부신 조명으로 치장한 거대 호텔들이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있습니다.

 

 

마카오 그랑프리, 아시아 최대의 스피드 페스티벌

아울러 마카오는 '동양의 모나코'로 불리기도 합니다. 모나코는 유럽 남부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도시 국가입니다. 지척에 있는 니스, 칸 등 프랑스 남부의 도시들과 함께 유명 휴양지로

손꼽힙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F1 모나코 그랑프리'가 열립니다.

모나코 그랑프리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도로를 이용해 만든 모나코 서킷입니다.

경주 기간에는 아름다운 경치를 품은 해안 도로를 기점으로 자동차 경주장이 설치됩니다.

마카오에서도 일반 도로를 이용하는 자동차 경주가 열립니다.

1954년부터 매년 11월 셋째 주에 열리는 마카오 그랑프리가 그것입니다.

경주 기간에 마카오 도심에 설치되는 '기아(Guia) 서킷'은 모나코 서킷 못지않게 아름답고 터프합니다.

이 서킷은 승용차를 개조한 '박스카' 레이스는 물론, F1의 전 단계인 F3 레이스까지 소화합니다.

포뮬러 경주가 열리는 일반 도로 서킷을 가진 곳은 흔치 않습니다.

마카오가 동양의 모나코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마카오 그랑프리가 시작되면 페리 선착장 앞 해안 도로를 기점으로 건물 사이와 굽이진 언덕길을

수십 대의  경주차가 정신없이 내달립니다. 기아 서킷은 총 3개의 구간으로 나뉩니다.

페리 선착장의 그랜드스탠드 앞을 지나는 고속 구간인 섹터 1과 리스보아 호텔 옆의 코너를 돌아

샌프란시스코 힐을 올라가며 시작되는 테크니컬 구간인 섹터 2, 멜코 헤어핀 이후의 두 개의 직각 코너가

포함된 또 하나의 고속 구간인 섹터 3입니다.

평균 도로 폭이 8m에 불과해 추월 구간은 적고 사고는 많은 편입니다. 일반 도로를 빠듯하게 막아 쓰는

까닭에 경주 도중에 사고가 나면 도로에 늘어선 일반 차들 사이로 크레인이 망가진 경주차를 잡아 꺼내는

기이한 광경도 펼쳐집니다. 서킷 길이는 6.12km로, 모나코의 3.34km보다 약 1.8배 깁니다. 

마카오 그랑프리는 모터사이클부터 F3까지 다양한 경주가 펼쳐집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종합선물세트'인 셈입니다. 그중 메인 경주는 단연 F1으로 가는 관문인

F3입니다. 미하엘 슈마허, 아일톤 세나, 세바스찬 베텔, 루이스 해밀턴 등의 유명 F1 드라이버들도 F3를

거쳤습니다. 이 중 미하엘 슈마허와 아일톤 세나는 마카오 그랑프리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기아 서킷의 F3 코스 레코드는 2분 10초 186으로 지난 2015년 브라질 드라이버인 세르지오 세테 카마라가

세웠습니다. 물론 마카오 그랑프리에는 F3 말고도 FIA(국제자동차연맹)가 주관하는 월드 투어링카 챔피언십

(WTCC)과 같이 주목해야 할 경주가 수두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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